컴퓨터가 희망입니다. 지체장애 윤종근씨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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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가 희망입니다. 지체장애 윤종근씨 부부
  • 윤민석 기자
  • 승인 2010.07.16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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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장애인정보화경진대회가 열린 16일 오전 10시 경기대학교 1강의동 컴퓨터실 앞.

50여명의 응시자가 각각 한글.포토샵과 엑셀.파워포인트 부문으로 나뉘어 시험을 보려고 교실로 들어간 뒤 40대 여성 1명만 복도에 남았다.

경진대회에 참가하는 남편을 따라 이천에서 왔다는 이 여성은 초조함과 설렘이 교차하는 표정이었다.

"남편이 원래 컴퓨터에 관심이 많았어요. 장애인정보화협회에서 장애인들이나 직계 가족에게는 저렴한 가격으로 컴퓨터를 가르쳐줘서 틈틈이 배웠죠."

경진대회에 참가한다고 자격증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좋은 성적을 거둬 실력을 인정받으면 나중에 취업하는 데 쓰임새가 있을 것 같아서란다.

1시간 뒤 남편 윤종근(48)씨를 포함해 시험을 마친 참가자들이 나왔다.

몇몇 응시자들이 차트나 도형 입력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불평을 했지만, 윤씨의 표정은 밝아 보였다.

윤씨는 지체1급 장애인이다. 1988년 교통사고를 당해 하반신이 마비됐다.

28살의 창창한 나이에 닥친 시련. 윤씨는 지금도 그때 이야기가 나오면 얼굴이 굳어질 정도다.

그는 "어릴 적부터 컴퓨터에는 관심이 있었는데 사고를 당한 후 거동이 불편해지면서 컴퓨터는 나와 세상을 이어주는 창이 됐다"고 말했다.

윤씨가 처음 배운 컴퓨터 기술은 그래픽. 그는 1995년 협회를 통해 컴퓨터 그래픽을 배웠고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그러나 점차 학생이 줄면서 일자리도 잃었다. 지금은 아내가 농사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쌍둥이 딸(4)을 키우며 농사까지 짓느라 고생하는 아내를 보며 늘 미안한 마음이던 윤씨는 2년 전부터 포토샵을 배우기 시작했다.

"최근 포토샵 수요가 점점 늘고 있잖아요. 배워두면 쓸모도 많을 것 같고 나중에 다시 학생들을 가르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시작했어요."

컴퓨터 공부에 열중하는 아버지 덕분에 쌍둥이 딸들도 웬만큼 컴퓨터를 다룰 줄 안다고 한다.

부인은 "몸이 불편해도 늘 노력하는 남편을 보면 자랑스럽다"면서 "남편한테 저도 컴퓨터 좀 배워야겠다"고 말하며 밝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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