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받는 기분이었다” 시민 호응 속 보편복지 모델로 주목
[경기타임스] “갑자기 필요한 상황이었는데 무료로 사용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어요. 누군가 나를 배려하고 있다는 느낌도 들었고요.”
최근 화성특례시 새솔동 행정복지센터를 찾은 30대 여성은 화장실에 비치된 생리대를 사용한 뒤 이렇게 말했다.
누군가에게는 사소한 물품일 수 있다. 그러나 여성들에게 생리대는 선택이 아닌 필수품이다. 그럼에도 생리대 가격 부담은 오랫동안 사회적 문제로 제기돼 왔다. 이른바 ‘생리대 빈곤’이라는 말이 등장한 지도 오래다.
화성특례시가 최근 시작한 공공생리대 사업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여성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상의 불편을 사회가 함께 책임질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화성시는 현재 공공생리대 브랜드인 ‘코리요 생리대’를 중심으로 여성 건강권 보장 사업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단순한 물품 지원을 넘어 보편복지 실험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 생리대는 왜 공공의 영역이 됐나?
생리대 가격 논란은 반복돼 왔다.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생리대를 충분히 구입하지 못하거나 사용을 미루는 사례가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화성특례시는 이를 여성 건강권의 문제로 접근했다.
시는 6월부터 ‘코리요 그냥드림 생리대 사업’과 ‘공공생리대 보급사업’을 동시에 추진하며 지원 대상을 특정 계층이 아닌 시민 전체로 확대했다.
먼저 화성시복지재단은 기업 기부를 통해 마련한 생리대 3만2000개를 관내 그냥드림 사업장과 복지시설 등 83개소에 비치했다.
별도의 신청 절차도 없다.
누구든 필요하면 가져갈 수 있다.
생리대를 받기 위해 자신의 형편을 증명하거나 지원 대상 여부를 확인받지 않아도 된다.
복지의 문턱을 낮춘 것이다.
-“지원”이 아니라 “권리”라는 관점
이번 사업이 기존 복지사업과 다른 점은 생리대를 시혜적 지원이 아닌 권리의 영역으로 바라본다는 점이다.
7월부터는 행정복지센터와 도서관, 청소년시설 등 공공기관 68개소 여자화장실에 생리대가 상시 비치된다.
마치 화장지나 비누처럼 필요할 때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공공재 개념에 가깝다.
실제 이용자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향남읍에 거주하는 한 시민은 “피부에 닿는 촉감이 부드럽고 장시간 사용해도 불편함이 적었다”고 말했다.
동탄지역의 한 시민도 “무료 제품이라 기대하지 않았는데 흡수력이 좋았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생리대는 유기농 순면 커버를 사용했고 개별 포장 방식을 적용해 위생성과 안전성을 높였다.
시민들은 단순히 무료라는 점보다 품질까지 고려했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있다.
-‘그냥드림’이 만든 생활밀착형 복지
화성시 공공생리대 사업이 빠르게 안착하는 배경에는 ‘그냥드림’이라는 독특한 복지 인프라가 있다.
그냥드림은 생활용품과 식료품 등을 시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든 화성시의 대표 복지 플랫폼이다.
복지관과 행정복지센터, 보건소, 푸드마켓 등 촘촘한 거점망이 이미 구축돼 있어 생리대 역시 자연스럽게 시민 생활 속으로 스며들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용자에게 낙인을 남기지 않는다는 점이 특징이다.
생리대가 필요한 사람은 누구나 가져갈 수 있고, 이용 사실이 드러날 부담도 적다.
봉담읍의 한 시민은 “최근 물가가 많이 올라 생리대 가격도 부담인데 그냥드림에 비치된 생리대가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복지국가의 질문, 생리대 한 장에서 시작된다
생리대 지원을 둘러싼 논의는 단순히 위생용품 제공에 머물지 않는다.
한 사회가 시민의 기본적인 삶을 어디까지 책임질 것인가에 대한 질문과 맞닿아 있다.
화성특례시는 올해 공공예산과 민간 기부를 결합해 사업을 추진했다. 지방정부가 시민의 생활 속 문제를 얼마나 세밀하게 살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정명근 화성특례시장은 “시민 건강권 보장과 기본사회 실현을 위해 공공생리대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며 “7월까지 공공기관 생리대 비치를 완료해 누구나 필요할 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생리대 한 장이 사회를 바꾸지는 못한다.
그러나 여성들이 생리대 걱정 없이 일상을 이어갈 수 있는 사회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화성시의 공공생리대 사업은 지금 우리 사회가 복지를 바라보는 시선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묻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