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빛민원실 베테랑팀장들이 76년 만에 찾은 아버지의 이름…수원특례시 ‘민원 후견인’이 이어준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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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빛민원실 베테랑팀장들이 76년 만에 찾은 아버지의 이름…수원특례시 ‘민원 후견인’이 이어준 기억
  • 이해용 기자
  • 승인 2026.04.08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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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전쟁 중 납북된 의용소방대원 고 최호철씨 기록 확인
-수원시 새빛민원실 베테랑팀장들, 기관 조회·현장 동행으로 자료 찾아
-유가족 “행정 넘어선 따뜻한 동행…아버지 명예 되찾는 계기”

[경기타임스] 전쟁은 총성과 포화만 남기는 것이 아니다. 전쟁은 가족의 삶과 기억을 갈라놓고, 때로는 한 사람의 존재를 역사 속에서 지워버리기도 한다.

수원 연무동에 사는 최윤한(82) 씨에게도 6·25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은 시간이다. 1950년 납북된 아버지 고 최호철(1917년생) 씨의 흔적을 찾기 위해 수십 년 동안 여러 기관을 찾아다녔지만 돌아온 답은 늘 ‘자료 없음’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수원시 새빛민원실을 찾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베테랑팀장들이 ‘민원 후견인’이 되어 경찰청과 소방청, 국가기록원, 통일부 등 관계 기관을 직접 조회하며 자료를 찾기 시작했다. 그 결과 고 최호철 씨가 6·25 전쟁 납북자로 공식 기록돼 있고, 납북 당시 직업이 소방관으로 기재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유가족과 함께 파주 국립 6·25전쟁납북자기념관을 찾아 추모비에 새겨진 이름을 확인하는 순간, 가족이 헤어진 지 76년 만에 비로소 아버지의 존재가 공식 기록으로 남게 됐다.

이 사례는 단순한 민원 해결을 넘어, 행정이 시민의 기억과 명예를 회복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수원시가 운영하는 ‘민원 후견인’ 제도가 개인의 오랜 상처를 치유하는 데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이번 기사는 전쟁이 남긴 가족의 아픔과 이를 함께 풀어낸 행정의 역할을 조명한다.

-남은 기록은 1950년 납북, 납북 전 의용소방대 활동

최윤한씨(왼쪽 2번째)가 3월 19일 수원소방서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5주년 의용소방대의 날 기념식’에서 아버지 고 최호철씨의 명예의용소방대원 위촉장, 감사패를 받고 새빛민원실 베테랑팀장, 조창래 수원소방서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경기타임스
최윤한씨(왼쪽 2번째)가 3월 19일 수원소방서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5주년 의용소방대의 날 기념식’에서 아버지 고 최호철씨의 명예의용소방대원 위촉장, 감사패를 받고 새빛민원실 베테랑팀장, 조창래 수원소방서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경기타임스

최씨가 아버지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는 1950년 납북됐고, 납북 전 의용소방대로 활동했다는 것이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지난해 6월 수원시 새빛민원실을 찾았다. 새빛민원실 베테랑팀장들은 그동안 만났던 공무원들과 달랐다. 최씨의 말을 끝까지 귀 기울여 들어주고, 간절한 마음을 헤아려줬다.

김영덕·김남현·구원서 베테랑팀장은 최씨의 ‘민원 후견인’을 자처했다. 먼저 경찰청, 소방청, 국가기록원, 통일부 등 관계 기관에 최씨 아버지에 대한 사실 조회를 하고, 기록을 요청하며 자료 확보에 나섰다.

최윤한씨가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에게 보낸 감사편지.ⓒ경기타임스
최윤한씨가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에게 보낸 감사편지.ⓒ경기타임스

통일부로부터 고 최호철씨가 납북자로 공식 결정된 기록과 함께 납북 당시 직업이 ‘소방관’으로 기재된 자료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베테랑팀장들, 유가족과 함께 6.25전쟁납북자기념관 찾아 기록 확인

베테랑팀장들은 더 상세한 자료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해 9월 유가족과 함께 파주에 있는 국립 6.25전쟁납북자기념관을 방문해 전시관 벽면과 야외 추모비에 고 최호철씨의 이름이 등재된 것을 확인했다.

최윤한씨가 수원소방서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5주년 의용소방대의 날 기념식’에 함께하고 있다.ⓒ경기타임스
최윤한씨가 수원소방서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5주년 의용소방대의 날 기념식’에 함께하고 있다.ⓒ경기타임스

아버지와 헤어진 지 76년 만에 처음으로 아버지의 기록을 공식적으로 확인한 최윤한씨는 추모비에 새겨진 아버지의 이름을 손으로 어루만지며 눈시울을 붉혔다.

베테랑팀장들은 경기도의용소방대 연합회장, 경기도소방재난본부 관계자를 찾아가 최호철씨의 공적을 기리고, 유가족을 예우할 방안을 논의했다.

명예의용소방대원 위촉패.ⓒ경기타임스
명예의용소방대원 위촉패.ⓒ경기타임스

수원소방서는 고 최호철씨를 명예의용소방대원으로 위촉하고, 지난 3월 19일 열린 의용소방대의 날 행사에 유가족을 초청해 위촉장을 수여했다. 수원소방서 의용소방대연합회는 유가족에게 감사패를 전달했고, 경기도의용소방대연합회에서는 명예의용소방대원 위촉패를 수여했다.

“한 사람의 아픔과 간절함을 나누고자 하는 마음 느낄 수 있었다”

최윤한씨는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에게 편지를 보내 “아버지가 납북된 후 가족들은 수십 년 동안 가슴 아파하며 아버지를 그리워했다”며 “파주(6.25전쟁납북자기념관)까지 가는 길은 혼자 감당하기가 벅찼지만, 베테랑팀장님들께서 함께 해주셔서 큰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한 행정 지원을 넘어, 국가와 사회가 한 사람의 아픔과 간절함을 함께 나누고자 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며 “제게 큰 위로이자 희망이 됐다”고 거듭 고마움을 표현했다.

베테랑팀장들에게도 편지를 보내 “단순한 도움을 넘어, 인간으로서 깊은 따뜻함과 진심을 보았다”며 “김영덕·김남현·구원서 베테랑팀장님들 덕분에 아버지를 향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최윤한씨와 동행했던 베테랑팀장들은 “납북자들은 때로 월북이라는 오해를 받아 유가족들이 상처받는 경우가 많다”며 “민원 후견인 제도를 기반으로 최씨 아버지의 명예회복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는데, 고 최호철씨의 삶이 다시 조명되고, 명예를 찾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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