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권 4개 지자체 자율통합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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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권 4개 지자체 자율통합 충돌
  • 정대영 기자
  • 승인 2009.10.3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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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뜻 찾을 수 없는 지역별 찬반 세몰이 양상

 

◎행정구역 개편 전까지 동일 생활권

안양·군포·의왕·과천은 1914년 경기도에서 가장 규모가 컸던 시흥군에 단일 통합한 이후로 1973년 행정구역이 개편되기 전까지 하나의 동일 생활권이었다 행정편의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갈라졌다. 1973년 안양이 시로 분리됐고 1986년 과천, 1989년 의왕ㆍ군포가 각각 시 승격을 함에 따라 현재의 모습으로 자리잡았다.
 
그 과정에서 이들 지역은 하천, 주요도로 등의 지형적인 구분이 명확하지 않아 평촌 대우아파트의 경우 같은 단지라도 관할 시가 달라 행정·교육·재산권 등에서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이들 지역은 행정구역으로는 갈라져 있지만 생활권은 동일하다. 시민들의 교통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지역간 경계없이 영업용 택시를 운행하고 안양시 청계통합정수장과 박달 석수하수처리장을 3개 시 공동으로 건설 운영하며 수돗물 공급에서 하수처리까지 함께 하는 등 동질성이 매우 높다.

이들 지역통합은 행정구역 개편에 반대의 입장을 보이고 있는 김문수 도지사까지 지난 9월 한 라디오 방송에서 "원래 하나였던 곳이 뿌리를 찾아서 합치겠다는 것으로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며 "원래 하나였던 시·군을 통합하는 것은 역사적 동질성이나 지리적 근접성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나 지역통합은 1995년 안양ㆍ군포ㆍ의왕시 통합을 공약으로 당선된 민선1기 이석용 안양시장이 1996년 안양권 통합운동을 벌이다 일방적인 밀어붙이기 및 군포ㆍ의왕시의 반대로 성사하지 못했던 전력과 같이 해당 지자체별로 현격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더욱이 이번 자율통합의 대전제였던 최종 결정자, 곧 대다수의 지역주민들은 각 자치단체의 대리전 양상을 보이며 여론몰이에 나선 관변단체 및 관계자들의 찬반 움직임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통합 논의가 주민들 피부에 와닿지 않고 일방적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반증이 거리의 무관심으로 드러나고 있다.  

◎지역별 막연한 환상 및 무관심 일관

의왕시 오전동사무소 앞 벤치에서 만난 60대의 주부는 "이곳에서 40년 살고 있는 토박이다. 개인적으로 합치지 않음 좋겠다. 서류 하나 떼기 위해 멀리 걸음하고 싶지도 않고 현수막에 적힌 것처럼 혐오시설까지 세워진다면 뭐가 좋으냐"는 막연히 뭉뚱그린 말을 건네며 자리를 뜬다.

인근 여성회관에서 아이들을 기다리던 30대의 주부들은 "관심없다. 통합하면 어떻게 바뀌냐"며 되물었고, 70대 할아버지는 "잘 모른다. 아무래도 통합되면 사는 사람 여건은 좋아지지 않겠나 싶다"는 말로 찬성의사를 표했다.  

의왕시 내손동에서 만난 50대 중년남성은 "누가 사는 곳을 물어보면 안양이라고 한다. 의왕하면 모르는 사람이 많다. 나름대로 관계있는 정치인들이나 관련자들이 알아서 하는 거지. 우리들이야 어떻든 상관없다"고 말했다.
 
의왕시 오전동 동백아파트에 산다는 김정애(36) 주부는 "2년전 분당에서 이사왔다. 2명의 어린아이들이 있고 계속 살 작정이기 때문에 교육적인 측면에서 관심이 많다. 딱히 어떤 홍보물도 접하지 않아 주변의 반대 현수막으로 대충 사정을 인지하고 있을 뿐"이라며 불만을 나타냈다.

안양시 동안구 달안동 한양 샛별아파트에서 식료품점을 하는 50대의 주부는 "만안에서 설명회를 했다는 등 이런 저런 소문들은 듣고 있다. 설명조사에 참여해달라는 지인들 권유를 많이 받았지만 무엇이 옳은지는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군포시 산본역 인근에서 만난 30대 주부는 "도시가 커지면 더욱 지역 특성에 맞도록 도시계획이 진행되고 그만큼 재산가치가 높아지지 않나 생각해요. 아이들 교육도 보다 폭넓게 고려할 수 있지 않을까요"라며 이해관계에 따른 관심을 드러냈다. 

여기에 지역의 일선 행정관서는 공무원의 중립의무를 내세워 일부 기득권층에서 통합 여부를 좌지우지하도록 뒷짐을 졌다. 지역사회의 특정 조직·단체의 수장들이 구체적인 근거도 없이 지역통합을 서로의 입맛대로 논단하면서 '선동'에 가까운 주장을 펼치도록 하고 있었다.
 
의왕시 오전동사무소의 한 직원은 "시청에 물어봐라. 우리가 개입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통합관련 설명회나 반상회 등에서 별다른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고, 안양시 부흥동사무소의 한 관계자는 "보다시피 몇몇 홍보전단을 동사무소에 비치하고 있다. 주민들이 물으면 아는대로 알릴 뿐, 일선행정조직에서는 하는 일이 없다"며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각 지방자치단체별 찬반 현수막 대결

지금까지 이들 지역은 군포ㆍ의왕이 통합추진위원회와 반대대책위원회를, 안양시는 통합추진위원회, 과천시는 반대대책위원회만 각각 결성됐다. 이들 조직은 안양ㆍ군포ㆍ의왕 3개 시 통합추진협의회와 군포ㆍ의왕ㆍ과천 3개 시 통합반대 추진위원회로 세력을 나눠 각각의 이해관계에 따른 성명서 난타전 및 자기 주장을 벌이고 있다.

특히 안양통합추진위는 거리 홍보나 현수막 대결에서 안양시 권역을 뒤덮을 정도로 빈틈없는 모습을 보인다. 단체장과 시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탓인지 안양권역을 운행하는 대다수의 시내버스 전면에는 '3개 시 하나되어 일류도시 건설하자'는 통합찬성 플래카드가 걸리고 각 동사무소와 대로 육교 및 인적이 많은 거리 주변에는  '3개 도시 통합하여 복지도시 후손에게 물려주자' 등 다양한 문구들이 시선을 빼앗는다. 안양통합추진위 변원신(77) 상임대표는 "통추위에서 17개의 현수막을 사무실이 있는 상공회의소를 비롯하여 설치했고 지역단체에서 31개 정도의 현수막을 자체적으로 만들었을 뿐"이라고 밝혔다. 

안양시 통합추진지원TF팀의 한 관계자는 "시 지정 게시대 39군데와 시내, 마을버스 659대를 대상으로 통합 현수막을 설치했다. 찬반 홍보의 관도한 문구에 대한 제재방침으로 항상 내용 자체를 행안부에서 확인하고 있다"며, "각 동별로 설치된 게시물들은 민간단체들이 자체적으로  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의왕시는 반대대책위원회가 오전동, 포천동, 내손동 일대 찬성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지역의 대로변과 주택가에 '지가상승 환상이다. 안양 변두리로 전락할 뿐', '통합되면 혐오시설 몰려온다'등의 현수막을 20여 개 정도 내걸어 통합 반대를 외치고 있다. 별다른 찬반 현수막을 찾아볼 수 없는 군포시는 통합추진위원회에서 2만여부의 홍보전단지를 가지고 지역주민들에게 통합찬성의 당위성을 이해시키고 있다.

과천시는 안양권 통합의 문제제기 자체에 불쾌감을 드러내며 시와 주민 모두 "과천은 안양과 생활권도 다르고 자립도시로의 위치가 확고한 만큼 통합의 필요성을 젼혀 느끼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정작 대다수 지역민들의 목소리인지 분간할 수 없는 각종 현수막과 크게 다르지 않는 것이 지역통합에 대한 주무부서의 관점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한 지역 관계자에 의하면 "행정안전부가 지난달 12-16일 중 3개 지역에서 간담회를 개최하겠다고 통보하고 13일 군포시의원, 14일 안양시의원ㆍ의왕시의원들을 대상으로 통합추진배경 등을 설명했다"고 밝힌 반면, 행정안전부는 "시군의회와의 업무연락을 통해 희망 시군의회를 대상으로 간담회를 개최했기 때문에 도내 7개 지역 19개 시군 전체가 아닌 9개 시군에서만 실시하게 됐다"며 간담회의 추진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행정안전부의 시의회 대상 간담회 개최를 주민투표가 아닌 지방의회 의결로 자율통합을 유도하기 위한 의도가 아니냐는 의구심으로 바라보고 있다. 지역 주민의 목소리는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한편 이들 지역의 재무 건전성을 나타내는 재정자주도(재정자립도)는 과천 91.4(65.3), 의왕 81.5(54.4), 군포 80.7(61.4), 안양 77.3(50.9) 순으로 비교적 높게 나타나고 있으며, 통합시 안양시 인구 62만여 명, 군포시 28만여 명, 의왕시 13만5000여 명, 과천시 7만여 명 등  인구 110만을 넘는 대도시로 부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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