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성폭력 위험에 노출되어 있어도 그 부모가 돈을 버느라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것을 볼 때 너무 안타깝습니다. 어른의 보호 없이 방치된 아이들을 성폭력으로부터 지키는데 사회가 힘을 모아야 합니다"
1년이 넘게 경기해바라기아동센터에서 임상상담사로 일하는 연모(30.여)씨는 이곳을 찾아오는 성폭력 피해 아동의 부모가 제일 먼저 만나는 사람이다.
그는 피해 아동 부모에게 피해 내용을 듣고 지원받고 싶은 내용이 무엇이고 어떤 지원을 해 줄 수 있는지를 상세히 설명해준다.
자식이 성폭력을 당했다는 충격에 어찌할 바를 모르던 부모는 연씨를 만나 안정을 찾고 앞으로 어떻게 상처를 치유하고 후유증을 극복할지를 알게 된다.
◇ "성폭력 아동, 아픔 없도록 치유한다" =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한화빌딩 5층에 있는 경기해바라기아동센터.
지난 2008년 12월 26일 서울, 광주, 대구에 이어 전국에서 4번째로 13세 미만 아동과 지적장애인 성폭력 피해자를 도우려고 문을 연 아동 성폭력 전담센터다.
여성부가 설치하고 분당차병원이 위탁 운영을 맡은 이곳은 13세 미만 성폭력 피해를 당한 아동과 지적 장애인, 이들 가족의 상처를 치유하고 후유증에서 벗어나도록 돕는 것이 주목적이다.
여기에다 아동 성폭력 예방을 위한 교육과 홍보, 성폭력 행위자에 대한 교정.치료 프로그램 개발, 아동 성폭력에 대한 기초 조사 및 연구 활동도 한다.
소장과 부소장, 피해 아동의 심리상태를 평가하는 임상심리전문가, 심리치료사, 간호사, 행정원 1명씩에다 임상상담사 2명이 성폭력 피해아동과 부모의 치유사 역할을 하고 있다.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는 물론 야간에도 전화(☎031-708-1376)를 통해 24시간 상담을 받고 있다.
◇ "초등학생뿐 아니라 유아도 성폭력 피해 커" = 경기해바라기아동센터는 지난 한해동안 총 256건의 사례를 접수했다. 이 가운데 81%인 207건이 성폭력피해 의심사례다.
피해아동은 만 7세 이하 유아가 40%, 만 8세 이상부터 13세 이하 초등학생이 42%로 비슷한 수준이어서 아동 성폭력이 주로 초등학생에게 일어난다는 편견을 깨뜨렸다.
성별로는 여아가 90%로 대부분이었지만 남아의 피해사례도 10%로 나타나 남아 피해 현황에 대한 대책이 요구된다.
피해유형별로는 강제추행이 56%로 가장 많았고 강간(17%), 추행(9%), 특수강간 및 준강간(각 1%) 순이었다.
가해자는 주로 19세 이상 성인(48%)이었으나 미성년자도 36%로 나타났다. 미성년자 가해자 가운데는 만 7세 이하가 6%, 만 8세-13세 이하가 14%, 만14-19세 미만이 16%를 차지했다.
만 7세 이하 유아가 가해자로 분류된 것은 이들이 놀이수준에서 신체를 비비는 등 접촉을 한 것이라고 경기해바라기아동센터는 설명했다.
가해자의 관계는 '아는 사람'이 66%로 가장 많았고 이 가운데 친족 성폭력이 28%를 차지했다.
친족 성폭력 중에서도 친척(10%)보다는 직계 가족(18%)에 의한 성폭력이 더 많았고 직계가족 성폭력 중 67%가 친부에 의한 사건이었다.
또 동급생(10%)이나 선.후배(9%)에 의한 성폭력이 19%에 해당해 아동 및 청소년에 대한 성교육 및 성폭력 예방교육이 절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해바라기아동센터 차승희 부소장은 "아동 성폭력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사회적이고도 제도적인 변화가 일어나기를 기원한다."라며 "우리 아이들이 안전하고 보호받는 세상을 열어나가도록 최대의 노력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