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고발]수원시 사전투표제 현장..“장애인에게 사전투표제는 그림의 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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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고발]수원시 사전투표제 현장..“장애인에게 사전투표제는 그림의 떡”
  • 전철규 기자
  • 승인 2014.05.31 0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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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투표소 위치는 3층 승강기도 없어 휠체어 탄 장애인 등 ‘투표권 침해’
이형숙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의 요구는 간단하다. “비장애인처럼 장애인도 제대로 된 사전투표를 하고 싶다”고 했다.이민우 기자ⓒ경기타임스

“사전투표는 내가 원하는 곳에서 할 수 있다고 해서 투표하러 왔는데, 휠체어로는 투표함 근처에 가지도 못합니다. 장애인도 제대로 된 사전투표를 하고 싶다고요.”

30일 6.4지방선거에서 전국으로 첫 실시되고 있는 사전투표제.

그러나 '사전투표제는'는 장애인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30일 오전 수원시 매산동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를 찾은 이형숙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는 분통을 터뜨렸다.

이 대표는 이날 수원시 팔달구 매산동주민센터에 사전투표소를 방문했지만 비밀투표에 대한 권리와 투표장 접급성을 보장받지 못하자 주민센터 직원과 선관위 관계자들에게 강하게 항의하며, 투표권 행사를 위한 개선을 요구했다.

이 대표는 “내가 원하는 곳에서 선거일 전에 투표할 수 있다는 게 사전투표의 취지로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경기지역 대부분의 사전투표소는 장애인의 투표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대표와 인권단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우선 매산동주민센터에는 사전투표소로 전근할 수 있는 방안이 전혀 마련돼 있지 않다. 실제 3층에 있는 투표소를 오르는 계단은 좁고 가팔라 전동휠체어의 접근이 아예 불가능했다.

이 대표는 “1층에 기표소를 만들어 놨지만, 신분증을 주면 대신 신분확인을 해 주고, 기표를 한 뒤엔 투표함에게 대신 넣어주겠다는 얘길 들었다”며 “헌법이 보장한 비밀투표 권리를 침해한 제안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장애인도 자신의 투표권을 불편없이 행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며 “비장애인과 동등한 환경에서 선거할 수 있도록 요구한다”고 밝혔다.

다산인권센터 박진 상임활동가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16일 중앙선거관리위원장에게 6.4지방선거와 관련해 장애인이 선거권을 행사하는 데 평등권이 침해받지 않도록 시정 권고한 사실을 강조하며 “선관위가 국가인권위의 시정 권고마저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인권위가 시정 권고한 사항은 ▲장애인 선거인(유권자)이 혼자서 투표할 수 있도록 장애유형 및 특성에 맞는 기표방안을 마련할 것 ▲기표대 내에 투표 보조인이 함께 들어가 보조할 수 있도록 기표대의 규격을 개선하고, 이와 관련해 투표 보조의 구체적 방법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마련해 시행할 것 ▲시각장애인이 본인의 기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 등이다.

이에 대해 현장에 나온 선관위 관계자는 “휠체어 탑승차량을 지금 대기해 원하신다면 1층에 투표소가 마련된 가까운 주민센터로 모셔다 드리려고 하는 데, 원하지 않고 있다”고 장애인 이동차량 이용을 통한 투표권 행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 대표를 비롯한 장애인들은 “장애인 선거권 침해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면서 “우리가 요구하는 건 다른 곳에 가서 하는 게 아니라 어디에서든지 평등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조건의 보장”이라고 강조했다.

기자가 ‘현재 장애인 투표 환경이 비장인과 동등하다고 보느냐’고 묻자 선관위 관계자는 “일반인에 비해서는 불편한 면이 있다”고 답하면서도 상황을 바꿀만한 대안은 내놓지 못했다.

한 투표참관인은 “장애인들이 불편함 없도록 준비도 하지 않고서 사전투표를 실시하는 건 장애인의 정당한 권리를 유린하고, 우롱하는 것”이라면서 “장애인도 차별없이 투표할 수 있는 곳에 투표소를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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