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아트센터 무대감독 인터뷰 시리즈 ‘무대 뒤 사람들’...정주현 음향감독, 음향을 디자인하는 무대 뒤 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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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아트센터 무대감독 인터뷰 시리즈 ‘무대 뒤 사람들’...정주현 음향감독, 음향을 디자인하는 무대 뒤 예술가
  • 이효주 기자
  • 승인 2022.03.10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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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타임스] 관객과 마주한 무대 위는 아니지만, 그날의 공연이 끝날 때까지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무대 뒤 사람들’이라는 주제로 분야별 무대감독들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첫 번째 인터뷰는 정주현 음향감독이다. 정주현 음악감독은 8일 경기아트센터 회의실에서 관계자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사진)정주현 움향감독.ⓒ경기타임스
사진)정주현 움향감독.ⓒ경기타임스

-안녕하세요. 경기아트센터 무대기술팀 음향감독 정주현(1971년생, 기술3급 / 무대기술팀 차장)입니다. 무대음향을 시작한지 25년 정도 되었고, 2004년 경기아트센터에 입사해 18년 째 일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경기아트센터에서 무대음향을 총괄하고 있습니다.

‣ 어떤 역할을 하고 계신지?

-많은 관객분들이 공연장을 가정용 오디오가 더 커진 형태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이 부분도 포함되지만 관객들이 눈치 채지 못하지만 신경 쓸 부분들이 많다.

예를 들어 저희 공연장은 큰 방이라고 보면 된다. 이곳에서 스피커를 운용하면 여러 가지 변수들이 있다. 이런 부분들을 체크해서 객석 어느 곳에 앉아 계셔도 괜찮은 사운드를 들려드리려 하고 있다. 음향시스템이라고도 하는데, 홈시어터가 확대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이걸 유지보수하고 어떻게 최적의 사운드를 구현할지 고민하는 것이 나의 일이다.

‣ 각 장르마다 사운드 차이가 있는지?

-당연히 장르마다 사운드 차이가 있다. 장르마다 들어가는 기술의 비중이 다르다. 예를 들면 무용의 경우 조명과 무대세트가 중요하고, 시나위오케스트라의 경우 음향이 아주 중요하다. 클래식 공연에서는 조명감독 역할이 없을 수 있고, 혹은 MR을 사용하는 경우에 음향파트는 단지 재생만 하면 되는 경우도 있다. 장르마다 각 무대기술의 중요도가 차이가 있는 것이다.

‣ 가장 난이도가 높았던 어려운 작품?

-모든 작품이 다 어렵다. 그 중에서도 3년 전에 경기도무용단의‘련’ 이라는 작품이 생각난다. 작품의 사운드를 직접 디자인했다. 제가 입사한 이후로 무용단이 실제 연주되는 음악으로 공연하는 첫 케이스였다. 오케스트라 피트 안에서 실제 연주가 이루어졌다. 그러다보니 현장에서 신경을 쓸 요소가 많았고, 실험적인 장치들이 많이 사용되어 고민할 지점이 많았다. 예를 들면 당시 무용단 감독님이 7.1채널(스피커 7개, 우퍼 1개)을 요구하셨다. 무용수가 활을 쏘는 장면인데, 활이 날아가는 소리를 입체적으로 구현해야 했다. 대극장에서 화살이 날아가는 소리를 내기 위해 사운드 디자인을 시도했다. 대극장에 설치된 스피커들을 활용해 관객들이 작품 안에 실제로 놓여있는 것처럼 디자인했다. 그리고 실제로 무대에 구현되었을 때 굉장히 효과적이었다.

‣ 음향감독으로 일하면서 가장 뿌듯 할때는?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 우리끼리도 일종의 판단 근거라는 것이 있다. 우리가 제어하고 있는 사운드가 우선 내가 마음에 들어야 관객들도 만족한다. 애매모호한 사운드를 작업하여 관객들에게까지 감동을 줄 사운드로 구현되었을 때 희열을 느낀다. 공연이 끝나고 ‘이번 공연의 사운드가 너무 멋졌다’라고 피드백이 오면 너무 기분이 좋다.

‣ 올해 추천작은?

-올해는 시나위오케스트라의 공연을 대부분 제가 맡게 되었다. 그래서 시나위오케스트라 관련해서 추천을 드리면, ‘시나위 일렉트로니카’를 추천한다. 가장 실험적이고 진보적인 음악공연이다. 일렉트로닉 장르는 음압과 데시벨을 최고치로 필요로 하는 반면, 국악기는 이와는 오히려 반대에 위치한 악기다. 악기가 가진 한계로 소리를 무리하게 올릴 수도 없고, 또 국악 장르에 그런 큰 소리를 필요로 하지 않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악기들을 어떻게 조화를 이루게 만들지가 음향 감독으로서 가장 큰 고민이었다. 또 없던 영역에서 새로운 시도를 거듭하면서 기준을 만들어 가는데도 큰 의의가 있었다.

‣ 보통 무대 위 주목하는데, 스포트라이트를 못 받으셔서 아쉽지는 않으신지?

-무대 직원들끼리 그런 농담을 한다. ‘어둠의 자식들’이라고. 빛이 없는 곳에서만 일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한다는 아쉬움은 전혀 없다. 저희는 기술적 매커니즘을 만들어나가며 예술가들과 협업하는 업무를 주로 맡고 있다. 게다가 공연 내내 저희는 저희가 가진 업무에 계속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다. 무용수들이 자기 몸짓에만 집중하는 것처럼 우리는 사운드에만 집중하고 있다. 그런 부분에서 음향이 아주 만족할만한 사운드가 나오면 기쁜 거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고 기쁘진 않다.

‣ 메타버스 등 신기술에 따라 음향기술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메타버스, VR 등 다양한 기술들이 넘쳐나는 시대다. 입체음향은 이 기술들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데, 사실 이런 입체음향 기술은 이전에도 있었던 것들이다. 그러던 중 코로나를 계기로 많은 실험들이 진행되고 급발전한 분야다. 지자체에서도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중이고.

요즘 아이폰 보시면 아시겠지만, ‘헤드트래킹’이라는게 굉장히 중요하다. 오디오도 시야랑 같이 움직여야하는 것이다. 이미 기술들은 나와있다. 앞으로 적용될 여지도 많다. 하지만 공연에서 가장 중요한건 현장감이다. 약간의 갈증은 해소할 수 있지만, 현장의 생동감이 없다면 만족도가 많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 관객들이 음향을 즐길 수 있는 팁?

-객석마다 아무래도 사운드가 다르게 들릴 수 밖에 없다. 예를 들면 집에서도 스피커를 거실에 설치해두고, 주방에서 들으면 소리가 좋을 리 없다. 좋은 자리는 정해져 있다. 보통 공연장 양 옆에 스피커들이 많이 달려있는데, 이걸 집에 있는 하이파이 스피커라고 생각하면 된다. 스테레오 이미지로 음향을 가장 잘 청취하기 위해서는 양쪽 두 개의 스피커와 관객이 정삼각형을 이루는 게 가장 이상적이다. 경기아트센터의 경우 11~13열이 가장 음향적으로는 좋은 자리다. 배우들을 보려고 맨 앞자리로 간다면 음향적인 측면에서는 가장 나쁜 자리다. 발코니가 있는 극장들의 경우, 발코니 아래 자리가 좋지 않다. 발코니가 안 닿아있고 노출된 자리가 음향적으로 가장 좋다. 관객 분들은 거기를 예매하면 된다.

‣ 정주현 음향감독님의 특징이나 장점이 궁금하다.

-우선 친절하다.(웃음) 우스갯소리 같지만 중요하다. 가장 좋은 덕목은 기술적으로 얼마나 좋은 사운드를 구현할 수 있느냐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다. 개인적으론 생각이 조금 다르다. 청각이라는 건 심리적인 효과도 크다. 5분만 지나도 청각은 둔해지기 마련이다. 후각과 비슷하다. 그리고 일정 정도의 만족도를 만드는 것은 많은 분들이 할 수 있다.

그보다 중요한건 협업이다. 공연 하나를 올리려면 수많은 예술가들, 관객들과 소통해야하는데, 그 과정에서는 협업이 중요하다. 사람의 청각이라는 것 자체가 심리적인 느낌도 굉장히 중요하다. 말 한마디의 친절함이 소리를 예쁘게 만드는 것과도 알게 모르게 연결되기도 한다. 협업이 제대로 되지 않아, 좋은 소리가 나쁘게 들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불협화음 없이 화합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제 장점이다. 그리고 그럴 때 결과물이 가장 좋다.

‣ 직업 선택의 이유는?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다. 기계를 만지는 학과인줄 알았는데, 4년 내내 물리랑 수학만 하더라. 당연히 학과에 큰 관심은 없고, 음악을 감상하는 동아리에 빠져 살았다. 졸업 후에도 당연히 기계공학과 관련한 직업을 찾고 싶지가 않았다.

그러던 중 음향 엔지니어라는 직업이 눈에 들어왔다. 스튜디오에서 음악을 녹음하고 믹싱하고 만들어내는 그런 직업이었다. 너무 재미있어 보였다. 그래서 무작정 어디든 찾아갔다. 교육기관도 없으니, 허드렛일이라도 하면서 어떤거라도 배우려 했다. 그러다가 지금까지 오게 되었다.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있다. 미국 기타리스트 팻 매스니다. 그 분을 너무 좋아해서, 음반도 정말 많이 가지고 있다. 내 꿈은 저 사람의 엔지니어가 되고 싶다는데서 출발했다. 아직 이루지 못했지만, 그런 마음으로 이 직업을 시작했다. 만약에 새로운 사장님이 오셔서 내한 공연을 추진하신다면, 음향을 저에게 맡겨주셨으면 좋겠다.(웃음)

‣ 같은 꿈을 꾸고 있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

-당시엔 공부할만한 책이 없었는데, 지금은 정말 정보가 넘쳐난다. 유튜브에도 너무나 많은 정보가 있고, 확실히 정보를 찾기 쉬워진 상황이다. 가장 중요한건 관심이다. 이 직업을 시작하려고 하는 분들에게는 꼭 무대음향이 아니더라도, 음향에 관한 끈을 놓지 않아야 한다고 알려주고 싶다. 관심을 계속 가지고 있으면, 무엇이든 될 수 있다. 다른 직업을 하더라도 음향에 관한 관심을 두었으면 좋겠다.

■ 프로필

정주현 음향감독(1971년생, 기술3급 / 무대기술팀 차장)

경기도무용단 ‘태권무무 달하’, ‘련’, ‘률’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역의 음향’

경기도극단 ‘늙어가는 기술’경기필 ‘피가로의 결혼’기획공연 ‘브런치 콘서트’등 다수 작품을 담당했으며. 경기아트센터 무대 음향을 총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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