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저가격입니다. 숙주 한 바가지에 천원, 제주도 브로콜리도 천원..도라지 걱정마, 국산이에요 어머니"
설 연휴를 사흘 앞둔 10일 정오,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지동 못골시장은 겨울비가 내렸지만 활기로 넘쳤다.
폭 1.5m의 보행로를 사이에 두고 87개 점포가 밀집한 보통 전통시장이지만 정조대왕 시절 전국 최대 상권이었던 수원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채소장사를 하는 정종천(43)씨는 "오늘 200만원 이상은 벌겠네요. 내일은 진짜 대목이니까 300만원은 거뜬할 것 같고.."라고 너스레를 떨며 손님맞이에 여념이 없었다.
못골시장 상인들은 2007년부터 '공동 쿠폰'을 만들어 단골 잡기에 성공했다.
5천원 어치 구매 시 100원을 적립해주는 쿠폰을 발행해 그 쿠폰으로 다시 물건을 사도록 했다. 월말이면 추첨을 통해 쿠폰 이용객들에게 경품도 준다.
쿠폰에는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를 적도록 해 고객정보로 활용한다. 이벤트를 열 때면 어김없이 이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낸다. 확보한 고객정보만 4천명이 넘는다고 한다.
반찬가게 주인 김태순(51.여)씨는 "비가 와서 설 특수가 빛이 바래긴 했지만 그래도 단골은 꾸준해요. 우리집만 해도 단골이 500여명은 돼죠"라며 월 순이익이 1천만원 이상이라고 귀띔했다.
못골시장의 마스코트는 시장 방송국인 '라디오 스타'가 들어선 '못골 쉼터'.
쉼터에서는 또 정조대왕의 봉수당진찬연을 비롯한 각종 조리법과 구입해야 할 식자재 정보를 터치스크린으로 제공한다.
방학 때면 초등학생 대상 경제교실과 주부 대상 요리교실을 무료로 열어 지갑 열기를 꺼리는 까다로운 고객들의 '환심'을 사고 있다.
못골시장상인회 김상욱(43)회장은 "대형마트와 경쟁하기 위한 갖가지 아이디어로 2008년에는 문화관광부의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 '문전성시 프로젝트'의 시범사업 대상이 됐었다"며 "작지만 경쟁력이 있어 수년 사이 점포마다 매출액이 수십%씩 올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못골시장의 하루 유입 인구는 2005년 5천여명, 2007년 7천500여명, 지난해 1만1천여명으로 4년 새 배 이상 늘었다.
못골시장 상인들은 근처 버스정류장 이름을 유명할인점에서 못골시장으로 바꿀 정도의 '정치력'도 발휘했다.
비슷한 시각 수원시 영통구 매탄1동 힐스테이트 아파트단지 인근 구매탄시장도 설 대목을 맞아 시끌벅적했다.
주택가 120m 골목길에 54개 점포가 밀집한 구매탄시장은 SSM(기업형 슈퍼마켓) 입점을 막아내며 전화위복이 됐다고 한다.
지난해 7월 홈플러스익스플레스가 시장 진입로 쪽에 매장을 준비하자 시장 상인들이 온몸으로 저지했고 일부는 경찰에 입건되기도 했다.
이 모습이 언론에 보도되며 입소문을 타 주차장도 없고 버스정류장에서도 200m 가까이 걸어가야 하는 등 입지로서는 '낙제점'인 구매탄시장이 지금 모범 전통시장이 돼 있다.
2006년 봄부터는 수요일마다 점포의 60%가 3개 품목에 걸쳐 30% 이상 할인판매하는 등 농수산물 도매시장 수준의 박리다매 전략을 펼친 것이 소비자들의 심리를 파고들었다고 상인들은 분석했다.
하루 유입 인구는 2006년 2천명에서 현재 5천명을 넘어선다.
구매탄시장상인회 정두용(50)회장은 "홈페이지를 통해 매일 전 회원 점포의 취급품목과 가격, 카드단말기 설치 여부 등 점포 상황을 상세히 알려 젊은 층이 구매탄시장을 많이 찾고 있다"며 "재래시장의 장점을 살리는 전략이 생존비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