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구 건조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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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구 건조증
  • 신승우 시인
  • 승인 2011.04.25 08: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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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아픕니다, 눈알 대신에 작은 돌 조각이 박혀 있는 것 같습니다.

눈곱을 떼려고 보면, 모래가 묻어 나오고요.

 늙은 의사는 대수롭지 않게, 안구 건조증이라 한다.

인공 눈물을, 새 오줌만큼 준다. 눈물이 나오지 않아 뻑뻑한 거라 한다. 그러나 어린애들조차, 쉽사리 울지 않는 시대다. 난 어른이고, 이별은, 점점 사막화되고 있다.

 사람들의 눈에서 눈물이 왜 말라갑니까.
‘진화의 과정일까요. 바쁜 세상 아닙니까. 이젠 눈물이 흐른다고 멈추진 않아요.

사람들은 발바닥으로 울며 걷지요. 눈물은 걸음마다 흘러, 아스팔트를 뚫고 땅속을 지나 바다로 흐르는 거겠죠. 그래서 해수면이 높아지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럼 전 진화론을 믿지 않아서, 그런가요.
어떻게 하면 좋겠냐는 나를 보며, 의사는 손깍지를 낀다.
‘사막은 오래 전엔 바다였지요’ 아주 슬픈 연애를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한다. 그럼 눈물이 쉽게 나올 거라고.
혹시 모르니, 가슴 엑스레이 한 장을 찍어오란다.

 엑스레이 기사는 난처하듯 말한다. 심장이 약간 크게 나타난다고.

며칠 후 정밀검사를 받기로 했다.
 그동안 난 슬픈 연애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어차피 사랑에는 눈물이 옵션은 아니지 않은가. 늙은 의사의 처방전은 낡아 있었다.

 정밀검사 결과는 심장이 불어 있다는 것이다. 확실치는 않지만 바닷물에 의해 불은 것 같다고, 약간에 염분이 나타난다 했다.

 난 세상의 슬픈 풍경들과 그 소녀에 관하여 말하지 않았고, 의사의 흰 가운 같은 인사를 받으며 나왔다.

 소금은 바다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눈물은 뺨위로만 흐르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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