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다 올림픽대표팀 코치 "축구에 국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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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다 올림픽대표팀 코치 "축구에 국적은 없다"
  • 은종욱 기자
  • 승인 2011.03.23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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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대표팀 이케다 코치                                ⓒ경기타임스
홍명보 감독과 2년전 부터 인연..

 한국선수 정신력,체력 일본이 못따라가"

"홍명보 감독님만 바라보고 왔습니다."
2012 런던올림픽 축구대표팀의 이케다 세이고 코치(52)는 자신이 '태극마크'를 달게 된 이유를 단 한마디로 설명했다.

   이케다 코치는 "홍 감독 때문에 한국 대표팀 코치를 맡았다고 봐도 된다"며 "홍 감독은 선수나 지도자로서도 대단하지만 인간적으로 매우 존경할 만한 사람"이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22일 대표팀의 첫 합숙 훈련이 진행된 울산종합운동장에서 그는 연방 큰 소리를 질렀다.

   "이번에는 왼발로만 드리블해봐."
"자 이번엔 인사이드로만 몰고 가!"
통역사의 입을 거친 말이었지만 선수들의 눈과 귀는 늘 이케다 코치를 향했고 그의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일본인인 이케다 코치는 이미 2년 전부터 홍명보 감독과 인연을 맺었다.

   2009년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대회에서 당시 홍 감독을 보좌해 한국의 8강 진출에 힘을 보탠 것.

   일본 와세다 대학을 나온 이케다 코치는 일본 프로축구 J리그 제프 이치하라와 요코하마 F.마리노스, 우라와 레즈 등에서 20년 동안 피지컬 코치로 일했다.

   일본 축구에서 정상급 피지컬 지도자로 활약한 이케다 코치는 전 국가대표 유상철(은퇴)이 일본에서 뛸 당시 통역사를 통해 홍 감독을 처음 만났다고 한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홍 감독이 당시 "제가 지도자가 되면 한번 도와주세요"라고 말했던 게 현실이 됐다.

   이케다 코치가 한국 축구에 처음 발을 들여 놓은 건 2007년이었다.

   그해 11월부터 이케다 코치는 4개월 동안 K-리그 부산 아이파크에서 피지컬 코치로 선수들의 체력 관리를 도맡았다.

   그는 지금껏 한·일 양국의 수많은 선수를 지도하다 보니 한국과 일본 축구의 특성을 확연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한국 선수가 체력과 근성에서 월등히 빼어나다면 일본 선수는 시야가 넓고 창조적인 플레이를 하려고 노력하는 점이 장점이라는 것.

   이케다 코치는 "카타르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한국이 후반 막판에 동점골을 넣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며 "그런 강한 정신력과 체력은 일본이 도저히 따라갈 수 없다"고 혀를 내둘렀다.

   이케다 코치는 "일본에선 피지컬 코치가 선수 식단도 관리하지만 한국에선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며 "한국 선수는 영양가 높은 음식을 잘 섭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와세다 대학 시절 일본 대학 대표팀에 2번 이름을 올리며 선수로서도 정상급 실력을 자랑한 이케다 코치가 '감독의 길'을 가지 않은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이케다 코치는 J리그가 출범하기 전 실업축구 7년차 시절에 오른쪽 무릎의 십자인대가 완전히 파열되는 부상을 겪었다.

   지금도 절름발이 걸음을 걸어야 하는 이케다 코치는 "당시 담당 코치가 괜찮다며 계속 경기에 나갈 수 있다고 했다"며 "결국 무리를 거듭한 내 다리는 생명을 다했다"고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선수 생활을 일찍이 마감한 이케다 코치는 당시만 해도 전무했던 전문 피지컬 코치가 돼야겠다고 결심했고, 2002년부터 J리그 기술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결국 일본 축구의 최고 피지컬 코칭 전문가가 됐다.

   이케다 코치는 "와세다 대학 시절 고려대와 정기 교류전을 치르러 왔다가 누군가 내게 맥주병을 던졌다"며 "당시만 해도 반일 감정이 엄청났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이케다 코치는 그런 봉변을 당하면서도 "언젠간 축구로 두 나라의 앙금을 푸는 데 이바지해야겠다"는 바람을 품었다고 한다.

   왜 하필 한국팀이냐는 질시의 눈초리도 많지만, 이케다 코치는 한국 축구가 성장해야 일본도 함께 커 나갈 수 있다고 확신했다고 한다.

   이미 한국과 일본의 축구는 서로 경쟁하며 커 나가는 단계에 와 있다는 진단이었다.

   이케다 코치는 자신의 훈련 방식은 철저히 '맞춤형 지도'라고 강조했다.

   선수 개개인의 몸 상태에 따라 장단점을 보완하도록 지도하는 게 자신의 임무라는 것.

   골키퍼 서동명에서부터 안정환과 구자철, 김보경, 조영철에 이르기까지 이미 한국 선수 중 대다수가 이케다 코치의 손을 거쳐 갔다.

   이케다 코치의 임기는 2012년 런던올림픽이 끝날 때까지다.

   그는 "당장 본선 진출권을 따기조차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한껏 자세를 낮췄다.

   하지만 축구팬들은 다시 뭉친 '홍명보-이케다' 조합이 2012 런던올림픽에서 2009 U-20 월드컵 8강 이상의 영광을 재현할 것이라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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