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副'자의 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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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副'자의 애환
  • 전철규 편집국장
  • 승인 2011.01.27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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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사님...부시장님....부군수님...! 튀면 지사님..시장님..군수님한테 눈밖에 납니다"

'副'자 공무원의 애환섞인 말이다..이처럼 '副'자는 외롭다..지방자치가 시작되면서 공무원 조직에서의 '副'자는 설자리가 점점 없어지는 것같다.

"얼마전 퇴직한 전직' 副'자의 지방자치 단체의 한 간부는 너무 젊으면 안 되고, 그렇다고 나이가 많아도 안 됩니다. 일을 너무 열심히 해서 튀는 것은 더욱 곤란하다고 애환을 털어놨다.

지방자치 민선 5기를 맞았다. 그러면서 중앙 정부와 광역지자체, 기초지자체 간 갈등을 빚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이때문에 부단체장의 역할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부지사와 부시장·부군수은 소속 단체장 곁에서 안살림을 도맡기 때문이다. 또한 상급 기관과의 갈등 해소를 위한 전령사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의 애환도 없지 않다. 궂은 일을 도맡아 하지만 생색은 나지 않는다. 내부 직원들에겐 영(令)이 서지 않아 무력감을 느낄 때도 없지 않다.

왜 그럴까? "의욕은 넘쳐난다. 그러나 아래 직원들이 마음처럼 움직이질 않는다. 그래서 이들은 답답하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이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것은 따로 있다. '副'자는 조금이라도 나서서 아이디어를 내본다. 그리고  사업을 추진해볼려고 한다.

그러면 직원들이 '이러시면 안됩니다. 이렇게 하시면 단체장님한테 눈 밖에 나십니다'라고 대놓고 뜯어말린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副'자가 월권하면 안 된다는 논리아닌가.

'책임은 넘쳐나지만 권한은 없다?' 그래서 '副'자는 영원한 2인자이다.  

광역단체의 '副'지사는 어떤일을 하는것일까?

'副'지사가 하는일은 크게 둘로 나뉜다. 도정의 실무를 책임진다. 중앙정부와 도 사이 메신저 역할을 위해 열심히 뛴다. 도는 광역단위로 지자체의 굵직한 정책방향을 결정짓기 때문에 후자가 특히 중요하다.

매년 예산 시즌이 되면 중앙정부와 국회를 오가며 예산을 조율하는 것도 '副'지사의 몫이다.

기초단체의 부시장, 부군수는 어떤가?

정책을 다루는 광역시, 도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그러나 시, 군 등 기초 지방자치단체의 '副'자도 마찬가지다.

중앙정부, 국회, 광역단체, 의회에 정책조정 방향을 설명하고 예산을 따온다.

특히 이들은 주민과 직접 부딪칠 일이 많다. 사업을 집행하는 행정단위이기 때문이다. 의회·시민단체와의 관계를 조율하는 비중도 높다. 그래서 어려움도 많다.
 
지자체 사업의 최종 결정은 단체장이다. 하지만 사업 관련 민원은 과장, 국장을 거쳐 결국 부시장 손에까지 들어오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수도권의 기초단체들은 재정자립도가 높다. 그러나 떨어지는 곳도 많다. 이때문에 중앙정부, 도에 기댈 때가 많다. 이럴 때 중앙, 도에 ‘연줄’이 있는 '副'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다.

자연히 상급 지자체와의 인적 네트워크가 중요하기때문이다.

인맥이 풍부할수록 사업·예산권 따기가 수월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코드’가 맞지 않는 단체장을 만나면 2인자의 신세는 그야말로 피곤해진다. 지난 8월 최대호 안양시장이 부시장을 제치고 노조관계자들과 인사를 논의하다 행안부로부터 기관경고를 받은 일이 단적인 예다.

 '副'자는 살림꾼이면서 로비스트이다.
단체장은  '副'자를 선택할때 마음에 드는 이를 찍어서 사전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보스'(시장, 군수)와의 역할 분담도 극명하다.  '副'자는 대개 자치구 사업, 교부세 등을 놓고 대(對) 로비스트 역할을 한다. 단체장이 행정 결정권을 쥐고 있지만 최종 결재가 나기까지 조율도 '副'자가 도맡는다.

정치인 신분인 단체장이 민심을 겨냥한 외부행사 등 외연 쌓기에 치중한다면  '副'자는 살림의 안주인인 셈이다.  쉽게 말하면 단체장이 아버지,  '副'자는 어머니다. 전면에 나서지 않고 단체장을 띄워주는 존재다.

이런 이유로 단체장들은  '副'자에게 힘을 실어주기 마련이다. 그러나 직원들과 갈등을 빚는 일도 적잖다. '굴러온 돌' 이미지 때문이다. 상급기관인 중앙정부, 도와 시, 군 공무원의 업무스타일이 다른 것도 한 요인이다.

또 있다. 측근들이 간혹 단체장을 동원해 '못마땅한'  '副'자를 압박하는 경우도 있다. 몇 년 전 A시 단체장은 부하직원들의 말만 듣고  '副'자에게 "일 좀 살살 시키라."고 했다가 "못 해먹겠다."는 반발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인사철마다 반복되는 줄서기도 골칫거리다. 한 전직  '副'단체장은 "실무자들이 인사 결재권자 눈치를 보느라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아 애를 먹는 경우가 많다."고 돌아봤다.
 
그러면 단체장은 무엇을 하나?

도지사. 시장, 군수 등은 직선제로 선출된 단체장장들이다, 그들은  정치인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책을 따질 때 정무적 판단에 더 치우치기 마련이다.

그러나 '副'자는 직업공무원이다. '副'자는 정책의 효율성 .합리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중앙정부 시각에도 근접한 만큼 정책타협도 맡아야 한다.

그래서 '副'자는 주어진 책무는 크지만 권한은 적다. 인사.예산.정책 관련 최종 결재권은 선출직인 단체장들의 고유권한이다.

민선인 단체장들은 임기는 4년이다. 임명직인 '副'자는 길어야 2년이다. 단명인 것도 이들에게는 방해물이다.
 
이들은 일을 알 만하면 다시 중앙정부로 간다. 아니면 퇴직한다. 조직 운영상  '副'자에게도 권한을 일정부분 넘겨주면 책임행정을 더 펼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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