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경기도 지자체 재정 적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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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경기도 지자체 재정 적신호
  • 전철규 기자
  • 승인 2010.12.28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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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실태
 
지난 7월 경기도 성남시가 국내 지방자치단체로서는 처음으로 부채를 제때 갚을 수 없다는 의미로 지급유예선언(모라토리엄)을 선언해 파장을 일으켰다. 성남시의 '고백'은 그동안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지방자치단체의 방만한 재정 운영의 속살을 노출시켜면서 동시에 지방재정 건전성 논의를 촉발시켰다. 6월 지방선거 이후 올 하반기 지방정국을 뜨겁게 달둔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난 문제를 경기도 시군을 중심으로 ①실태, ②극복 노력, ③해법 순으로 점검해봤다.(편집자주)

 
지방선거 열기가 채 가라앉지 않던 지난 7월 12일 오전 11시 성남시청 2층 대회의실에서 이재명 성남시장이 '판교특별회계 전입금 지불유예' 선언 기자회견을 가졌다.

판교신도시 건설 예산을 다른 사업에 무리하게 전용해 정작 판교신도시 관계기관에 정산해야 할 돈 5천200억원을 제때 갚을 능력이 없다는 깜짝 발표였다.

재정자립도 최상위권 '부자도시' 시장의 입에서 '모라토리엄' 단어가 나온 것은 충격이었다.

당시 성남시는 "2007년부터 4년간 판교 특별회계에서 5천400억원을 일반회계로 전출해 도로확장 공사, 공원조성 공사, 주거환경사업 등을 시행해왔다"며 "국토해양부와 LH 등에 조기 정산을 완료하려면 판교지역 공동공공시설비 2천300억원과 초과수익금 2천900억원 등 모두 5천200억원을 단기간에 지출해야 하나 이를 갚을 능력이 없다"고 밝혔다.

성남시의 모라토리엄 선언 파장은 인근 자치단체로 급속히 퍼졌다.

특히 여러 개발 호재로 상승세를 타고 있던 화성시는 전체 세입예산 중 10%가 넘는 1천800여억원을 LH로부터 받을 개발협력금과 경기도로부터 받을 재정보전금으로 메워 왔다.

하지만, LH의 재정악화로 1천500억원의 지급이 무산되면서 시 재정에 비상등이 켜졌다.

이 때문에 개발협력금으로 화성종합경기타운을 건립하려는 시의 재정운영이 갈피를 잡지 못했다.

재정보전금에 대한 오판 역시 화성시 재정파탄을 가져왔다는 지적을 받았다.

지난 3월 인구 50만 돌파를 예상하고 추경예산을 편성할 때 재정보전금을 반영했으나 지난 9월 말에야 50만명을 넘어서면서 예산집행에 차질을 빚게 된 것이다.

최대호 안양시장은 지난 9월 재정난을 해소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창조적 파괴'라며 "EBS 통합사옥이 안양으로 이전한다면 시청사 부지 일부를 내주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앞서 전임 이필운 시장이 기존 청사를 헐고 민자를 유치해 100층 청사를 건립하려는 계획을 발표했다가 호화청사 논란에 휘말릴 정도로, 안양시는 세입 감소가 심각하다.

평택시의 경우 세외수입의 감소로 내년도 예산을 올해 1조13억원보다 7.3% 729억원이 줄어든 9천200여억원을 편성했다. 이는 5년만에 1조원 미만으로 떨어진 것이다.

평택시 예산담당 관계자는 "미군기지 이전에 따른 국도비 보조사업의 증가로 그동안 예산규모가 1조원을 넘었지만, 자체 세입 증가세 둔화 등 여건이 바뀌면서 재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김학규 용인시장도 지난 11월 30일 시의회 시정연설 첫 마디부터 '재정위기 상황'을 언급했다.

김 시장은 "지난 수년 간 체계적이지 못한 방만한 투자가 오늘의 위기 상황을 초래했다"고 역설하며 대형사업 축소 방침을 발표했다.

10억원 이상 투자사업 총규모가 5조9천억원으로, 당초 계획대로라면 가용재원을 제외하고도 약 3조원에 가까운 추가 재원이 필요하고 그 외에 경전철 운영 손실금, 하수처리시설 건설 분담금, 분당선 연장선 추가 부담금 등으로 재정사정이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에 직면했다는 설명이다.

지방정부의 재정난은 축제나 행사성 사업 중단이나 축소는 물론 공익성 사업 정리로 이어졌다.

성남시와 용인시가 직장 운동부에 대한 대폭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해 폐지종목 선수와 지도자들의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화성시와 용인시는 각각 2012년과 2013년 도민체전 개최권을 반납했다.

시군 기초자치단체의 재정난은 중소기업 지원사업에도 불똥이 튀었다.

평택시와 안성시는 재정난으로 경기신용보증재단 출연 기금이 각각 4억원과 3억원으로 축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2009년 각각 15억원과 6억원에서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이다.

경기신보 평택지점은 "자치단체의 재정난으로 출연금이 줄면 중소기업들 간 치열한 자금 확보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걱정했다.

지방재정난 도미노 파동의 진원지 성남시 관계자는 "지불유예 선언은 재정 상태 등 시정현황 사실관계를 시민에게 투명하게 알려 시민이 시의 위기를 알아야 하고 협조를 구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강조했다.

'재정난을 과장한 정치적인 쇼였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서도 "지불유예 선언은 전국 자치단체의 재정에 관해 다시한번 짚어보는 전환점을 됐다"고 평가했다.

 ②극복 노력
 
염태영 수원시장은 지난달 22일 시의회 시정연설에서 "내년 시장 업무추진비를 30% 줄이고 행사성 예산, 경상경비 예산을 최대한 절감하겠다"고 공표했다.

지난 1일에는 김학규 용인시장이 시정연설을 갖고 "투자의 효용성과 재정여건을 고려해 영어마을과 용인체육관, 시립골프장 등 6천억원의 투자사업을 중지했다"고 선언했다.

경기지역 지자체마다 재정에 적신호가 켜지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불요불급한 전시.행사성 예산이 우선 대상이다.

광명시는 4억5천만원이 드는 지역 최대축제인 광명음악축제를 올해 개최하지 않는데 이어 내년 예산에 한 푼도 반영하지 않았다.

오리문화제는 1억원에서 5천만원으로 행사비용을 삭감했고, 광명농악축제와 구름산예술제도 예산을 깎았다.

평택시도 여론조사에서 시민 10명 가운데 5명 가량이 긴축재정을 위해 축제.행사성 비용을 줄여야한다는 의견을 냄에 따라 대표 축제인 평택항축제 예산을 7억원에서 4억5천만원으로 아껴 치르기로 했다.

경기도도 내년 제야행사와 경기디자인 페스티벌 등 9건의 행사 예산을 10억9천600만원 삭감했다.

경기개발연구원이 지난 1월 도내 지자체 축제 115건을 분석한 결과 55%인 63건이 최근 3년간 평균 방문객수 1만명 이하로 효과평가에서 최저등급인 'C급'으로 분류되기도 했다.

지방세 체납자에 대해서는 사법기관에 버금가는 강제환수책을 동원하고 있다.

수원시는 지난 7∼9일 '제로택스특별기동팀'을 보내 고액체납자의 3명에 대한 가택수색을 집행, 산삼 12뿌리짜리 2세트와 골프채 2세트, 현금 5만원권 50장을 압류조치하고 가전제품을 현장봉인했다.

성남시는 지난 3월부터 최근까지 1천만원 이상 체납자의 대여금고 27개를 강제개봉, 2억7천300만원을 환수했다.

경기도는 지난 10월 중순 '지방세 체납액 책임징수제'를 도입, 8개조 29명을 꾸려 1천만원 이상 체납자를 대상으로 1개조당 153억원을 징수토록 했다.
행정기관의 신의와 체면도 살림살이를 위해서는 뒷전이다.

2002년과 2003년 도민체전이 열릴 예정이었던 화성시와 용인시는 개최권을 잇따라 반납했다.

화성시는 '테니스장과 궁도장 등 상당수 경기장 건립비용과 리모델링 비용, 대회 운영비 조달이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했고, 용인시도 '삼가동 시민체육공원에 3만5천석 규모의 주경기장과 보조경기장을 짓기로 했지만, 돈이 없어 공사가 지지부진하다'며 경기도체육회에 양해를 구했다.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던 성남시는 내년도 초중학교 무상급식 예산을 300억원에서 100억원을 삭감한 200억원으로 조정했다.
경기도는 광교신도시 신청사 이전 계획 발표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고, 용인시는 경전철 준공확인을 거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광교신도시 입주예정자들과 경전철 사업시행사가 소송을 준비중이거나 가처분신청 등 법적대응에 들어가기도 했다.

지자체별로 작은 예산절감 노력도 돋보여 성남시는 이달부터 KT 전용회선을 이용하던 대기오염 측정 정보 송출을 행정망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전환해 연간 1천600만원을 절약하게 됐다.

경기도는 공무원의 내년도 국외여비를 올해와 대비해 17.2% 4억500만원을 줄이기로 했고, 사무기자재 교체비용 등 자산취득비는 10.6% 24억2천700만원 덜 쓰기로 결정했다.

경기도는 근본적인 세제개편을 통한 재정건전성을 확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현행 5%(올해 3천384억원)인 지방소비세를 10%(8천395억원)로 상향하는 안에 대해 입법화를 추진중이다.

또 영유아보육예산 국고보조율을 50%(5천785억원)에서 80%(8천623억원)로의 개선 등 국비매칭사업의 국고보조율 인상을 지속적으로 건의하기로 했다.

 ③해법
 
6.2 지방선거 당선자가 취임한 지난 7월 경기도 성남시가 빚을 제때 갚지 못하겠다는 모라토리엄 선언을 하고 나서 지방자치단체 재정위기가 전국을 흔들었다.

정부는 급기야 지자체의 채무와 낭비성 예산을 감시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지방재정 건전화를 위해 노력하는 정도에 따라 교부세를 더 주기로 하는 내용의 긴급처방을 내놓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지자체가 선심성 사업을 벌여 쓸데없는 예산을 낭비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면서도 중앙-지방 정부의 세원 불균형 문제를 해결해 지방재정 자립도를 높이는 제도적 보완장치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 중앙-지방 세원 불균형 없애야 = 전문가들은 지방 정부의 재정위기가 여러 가지 복잡한 원인에 의한 것이므로 다양한 대책을 여러 방향에서 추진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세원 불균형이 열악한 지방재정의 큰 원인으로 꼽는다.

수입으로 볼수 있는 세입구조는 국세와 지방세가 8대2 비율이지만 지출이라 할 수 있는 세출 구조는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가 4대6 정도여서 수입보다 지출이 많은 지방 정부는 중앙 정부의 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경기개발연구원 자치행정연구부 송상훈 부장은 "지방세의 세원 구조는 대부분 재산세이고 도세의 경우는 취득세와 등록세가 대부분인데 중앙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따라 이런 세율이 급변하면서 지방정부가 휘청거린다"며 "중앙 정부가 지방정부에 당근을 주지 않고 청사규모 제한 같은 채찍을 휘두르며 책임만 물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한국지방재정학회 유경문 회장(서경대 교수)도 "정부의 감세정책에 따라 여러 가지 교부금 규모가 줄어들었다"며 "지방정부에 주는 교부세 비율을 점진적으로 높이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방정부에 대한 중앙 정부의 지원확대를 제시했다.

전국 시장.군수.구청장 협의회가 지난 10월 28일 총회를 열고 "지나치게 편중된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을 7대3 수준으로 상향 조정해 지방재정의 자율성을 높여야 하며, 이를 위해 지방소비세의 세원비율을 내년부터 10%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전문가 진단과 맥락을 같이한다.

지방정부의 재정을 악화시킨 또 다른 원인으로 복지서비스의 지방이전이 꼽혔다.

한국지방재정학회 유경문 회장은 "중앙 정부가 복지관련 사업을 지방으로 이전하면서 지방 정부가 충분히 이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지원을 했어야 했다"며 "얼마 안 되는 교부세를 받는 지방 정부의 재정으로 복지사업을 수행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개발연구원 송상훈 부장도 "복지업무가 지방으로 이양되면서 지방 정부의 재정부담이 4-5년 전보다 7배 가까이 커졌다"며 "결국 지방의 부담이 한계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 지자체 자신도 효율적 예산 집행에 애써야 = 전문가들은 중앙 정부의 역할과 제도보완에 앞서 지자체 스스로 방만하게 예산을 쓰지 않도록 감시하고 절약하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좋은예산센터 최인욱 국장은 "재정이 파탄 난 지자체는 과거 세수가 대폭 늘어났을 때의 환경에 젖어 방만하게 재정을 운영했기 때문"이라며 "방만한 재정운영을 막기 위해 지자체 스스로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지방재정학회 유경문 회장도 "중앙 정부가 아무리 지원을 하더라도 지방 정부가 절약하지 않고 방만한 운영을 하면 지방 재정은 어려워질 것"이라며 "지출의 낭비요소와 전시성, 행사성 세출을 적극적으로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원대 도시행정학과 송태수 교수는 "지방정부는 타당성이 없고 낭비적이고 사치스러운 사업에 대한 지출을 지양하고 주어진 예산을 효율적으로 배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성남시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이후 긴축재정을 통해 1천207억원의 재원을 마련하는 등 불필요한 사업을 중단하거나 축소해 재정안정화를 위해 노력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경기개발연구원 송상훈 부장도 "중앙 정부든 지방 정부든 '대중영합주의 사업'에 치우쳐서는 안 되며 투자 우선순위를 정확히 진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철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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